버퍼링 展

버퍼링 展
2019. 05. 10 ~ 06. 14

- 전시 소개

현대인 누구라면 실시간으로 플레이되던 동영상이 불현 듯 정지된 순간 앞에서 멍때리던 시간을 떠올릴 수 있다. 이 순간은 우리에게 익숙한 버퍼링의 순간이다. 

사실, 버퍼링이란 데이터 전송과정에서의 과부하를 완충하기 위한 일종의 딜레이 현상인데 실시간 전송-로딩에서 발생하는 이러한 단차는 영상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이다. 그렇지만 이런 끊김 현상은 몰입에서 당사자를깨어나게 한다는 점에서 때때로 유효한 예술 전략으로 쓰이기도한다. 

일찍이 브레히트는 소격효과로, 초현실주의자들은 데페이즈망으로, 프로이트는 두려운 낯설음을 통해 현실로 되돌아 나와 일상에 함몰된자신을 돌아보라 하였다. 피부처럼 붙어있어 떼어내기 힘든 현실도 쭈뼛하는 단절된 오류 속에서그 속내를 확인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심심치 않게 삶속에도 스마트폰이나 바지 속 지갑을 분실했을 때처럼 평범한 일상이 공포로 바뀌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러나 이것이 동시에
스마트폰과 지갑의 존재를 나에게 일 깨우는 기점이라는 점에서 잠깐의 버퍼링은 우리 생에 있어 필요한 것 일 수 있다.    

본 전시에 참여하는 5명의 작가들은 내외면적방식으로 그들의 작품 앞에서 우리들을 멈칫하게 한다. 시각적 단절이나 충격들, 규칙적 질서의 파괴나 인식의 지연, 현실 실천 오류로의 자괴감, 객관적 시선과 거리감 유지 같이 다양한방식으로 이 예술가들은 버퍼링의 순간을 선사한다. 

그들이 원하는 어떠한 몰입을 방해하기 위해.   

  -실시간 아카이브-

- 작품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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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랜드  /  김상현

대학 및 대학원에서 순수사진을 전공하였다. 
졸업 이후 박물관에서 대통령 사진기록과 아카
이빙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참여 하였으며 최근
까지 유적지 발굴현장과 지역조사 사업에서 기록
사진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립 청소년 미디어센터에서 사진강사와 예술가교사(Teaching Artist) 활동을 하고 있다. 김상현 작가는 학업시절부터 줄곧 유년시절의 기억에 관한 작업을 진행해 온 작가이다. 

본 전시에 참여하는 타 작가들과 달리 그의 작품은 감정적 성격이 짙다. 작가 본인의 심리적 기억들을 작업 내에 투영하여 자신의 유년시절 트라우마를 치유하려 한다. 이번에 전시된 그의 작품은 화려함에서 도태된 슬픈 모습의 테마파크를 보여준다. 

작가는 유년 시절의 트라우마를 끄집어 내어 테마파크에서 심리적 기억의 공간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런 작가의 사진은 우리에게 바로크적 해체를 선사한다. 전시된 사진에서 타나토스적 파괴와 에로스적 생성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드림랜드는 작가의 유년 기억을 환기하고 충격이 완충되는 치유의 공간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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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게 살자  /  문경록

부산에서 태어나 대학 및 대학원에서 순수사진을 전공하였다. 현재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사회예술강사로 활동중인 작가이다. 

대학원 졸업 이후 줄곧 현대 사회에 대한 비판적 노선을 견지하고 있었던 그는 주로 자본과 
시선, 점유와 같은 것을 작업의 대상으로 하였다. 
현재 그의 작업은 짜여진 우연성에 기댄 사진을 바탕으로 시각문화를 읽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여러 도시의 길을 걸어가면서 그가 멈칫한 지점과 사진적 사유라는 찰나 사이에 버퍼링되는 어떤 간극을 보여주려 한다. 그리곤 그 안에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전대미문의 세상을 한발 짝 뒤에서 바라보는 작가 자신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이 작업은 다소 성찰적인 성격을 띄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편협하고 얇은 지식의 잣대로 작업을 하면서도, 고지식하게 사진을 찍으면서도, 10대 20대 30대를 지나면서도 저기에 놓여져 있는 풍경과 사물의 빛의 반사를 고스란히 기록하고 뜯어봐도 세상을 손톱의 때 만큼도 이해를 못하는 자신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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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itled    /    박성근

대학에서 한국화를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순수사진을 전공하였다. 핑야오 국제사진 페스티발, 서울포토페어 등 다수 전시에 참여했다. 그는 학부에서 한국화를 전공하였던 까닭에 전통적인 사진인화 방식에서 벗어난 작업을 전개하고 있다. 

박수근이 애초에 그의 작품들의 회화적 물성을 자연에서 가져온 것처럼 박성근이 사진 인화 지지체 자체를 자연적 물성을 가진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은 실험적을 넘어선 획기적인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는 직접 프린트 된 그의 대표작 2점이 전시되어 돌위에 전사된 나무의 선명한 질감을 느낄 수 있게 한다. 무엇보다 이번 작업은 유제제작, 촬영, 현상, 인화라는 시간적 레이어가 중첩된 프로세스를 확인하기 위해 사람들을 작품 앞으로 직접 끌어들이고 머물게 한다는 점에서 적극적 버퍼링을 선사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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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는 짓    /    박호상

삼천포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예술학을 전공하였다. 미국, 독일, 아르헨티나 등에서 다수의 개인전 및 그룹전에 참여하였고 특히, 첫 작업“a square”의 2009년 뉴욕 개인전 이후 여러 나라에서 작품이 판매 되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학교, 사회 예술강사를 하고 있으며 작가 활동과 더불어 문화예술교육기획과 지역 재생에 관련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은 그의 신작으로 좋은 작가와 좋은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고민해 왔던 작가의 자서전 적 고백이 담겨있다. 작가는 신용카드 매출전표와 그간에 테스트한 필름, 그리고 카드ic칩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 아마도 작가는 좋은 작업을 위한 반복된 필름 테스트에서 부질없음을 느꼈을 것이고 또 한편으론 끊임없는 긁힘에 기인하는 카드매출 전표를 확인하면서 현실을 인지해야만 하는 묘한 자괴감을 느꼈을 것이다. 

작가적 이상과 삶의 현실에서 로딩과 트래픽이 무한 반복되는 상황에서 무게 중심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는 8살 된 딸을 가진 아빠의 입장을 헤아려 보기로 하자. 지금 우리들의 부조리한 삶이 전가한 곳과 부조리한 인간으로 기인된 곳 그 어느쯤에 있는지를...

binocular  단채널영상    /    윤이상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하던 중 의미없음을 느끼고 자퇴하였다. 음악 밴드에서 활동하면서 공연과 영상, 사진편집을 하고 있다. 노래 제작에서부터 음반 자켓, 영상 디자인 등에 까지 사진, 음악, 영상을 아우르는 작업 스페트럼이 넓은 작가이다. 현재는 현실과 꿈, 반복과 소멸같은 불확실하고 정체된 것의 흐름을 영상언어로 작업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하나의 선은 면이 되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점의 연속이며 그 방향의 기록일 뿐이다. 선의 방향은 단순한 정체성에 불과하다. 때론 외부에 의해 변형된 의지로 보여지기도 하나 형태로 정의된 인지의 오류, 선은 더 이상 선으로 살아갈 수 없다. 

점의 연속, 그리고 무수히 많은 선의 연속이 특정 형태로 보여지기도 하며 아무 의미 없는 선으로 보여지기도 한다. 나와 타인(하나의 대상 또는 집단, 현상 등)의 관계의 일부를 점과 선으로 그려 반복되고 소멸되는 찰나를 그린다. 스스로 멈춘, 강제적으로 유보한 시간의 틈이 하나의 차원이 되어 정지된 것이 아닌 또 다른 무언가가 된다. 이 틈속에서 영원히 사고하고 더 나아가길 거부하는 개체, 그 흐름의 기록이다.”       
                                      ○ 실시간 아카이브○